정당행위

 

정당행위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아니하여 국가적, 사회적으로 정당화되는 행위를 말합니다.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따른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정당행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당행위는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위법성 조각 사유 외에 모든 위법성 조각 사유를 일반적인 규정으로 명문화하였으며, 그런 이유로 정당행위는 다른 위법성 조각 사유에 대하여 일반법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형법 제21조에서 제24조에 해당하지 않더라고 그 위법, 적법에 관한 최종적인 판단을 정당행위의 기준에 의해 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0조 규정 내용 중 법령에 따른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는 행위의 예시에 불과합니다. 정당행위의 근거는 전체 법질서의 이념이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의 관점에 있습니다. 대법원 2017도2758 판결에서는 “형법 제20조가 정한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행위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 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법령에 의한 행위는 법령에 근거하여 정당한 권리 또는 의무로서 행해지는 행위를 말합니다. 법령의 범위는 실정법 이외에 행정규칙이나 명령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다만 조리, 관습법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법령에 따른 행위의 유형으로 먼저 공무원의 직무 집행행위에 대하여는 사형집행, 구속, 압수 수색, 민사집행법상 강제집행 등 공무원이 법령에 따라 요구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법익을 침해하는 강제적인 행위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없어집니다. 이 경우 직무집행이 사항적, 지역적인 직무관할 범위에 속하여야 하고, 근거 법령의 형식적 요건을 준수하고 적정한 절차에 따라야 하며, 필요성 및 비례성의 원칙을 충족해야 합니다. 상관 명령에 따른 행위는 법령상의 근거에 의하여 적법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상관에게 부하의 신분, 직무에 대한 감독 권한이 있어야 하고 그 명령의 내용이 부하의 직무에 관한 것이어야 하며, 명령은 적법한 것이어야 합니다. 상관의 명령이 위법한 때 구속력이 있어 거역할 수 없는 경우 이에 대한 복종행위는 기대 불가능성에 의하여 책임이 조각됩니다. 그러나 구속력이 없는 경우에는 위법성, 책임이 조각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징계행위는 법이 허용하는 징계권이 적절하게 행사된 때에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없어집니다. 구체적인 요건은 충분한 징계 사유가 있어야 하고, 징계행위가 교육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에 그쳐야 합니다. 그리고 행위자는 교육 의사로 행위를 하여야 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체벌이 허용 가능한지가 문제 됩니다. 친권자의 경우 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없어집니다. 학교장의 경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8항의 규정상 처벌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교사의 경우 법의 개정으로 체벌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군 상관의 체벌 역시 군인복무규율 제15조의 규정에 따라 구타, 폭언, 가혹행위가 금지되어 있으므로 위법성이 없어질 수 없습니다.

사인의 현행범인체포는 정당행위에 의하여 직접 체포에 필요한 범위로 제한됩니다. 노동쟁의행위에 대하여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쟁의행위는 위법성이 없어집니다. 다만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여야 하며, 쟁의행위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합니다. 절차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조합원의 찬반 결정 및 노동쟁의 발생 신고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수단과 방법은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뤄야 하며, 폭력의 행사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업무로 인한 정당행위를 살피면, 먼저 업무로 인한 행위란 직업 의무의 정당한 수행을 위해 합목적적으로 요구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 경우 법령에 규정이 있으며 법령에 의한 행위로서 정당행위가 됩니다. 규정에 없는 경우 그 업무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을 경우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없어집니다. 업무란 사람이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의하여 계속 반복의 의사로 행하는 사무를 말합니다. 치료행위는 치료 목적을 가지고 의술에 따라 행해지는 신체 침해행위를 말합니다. 이에 대하여 정당행위라는 학설 피해자의 승낙이라는 학설, 구성요건 해당성이 조각된다는 학설이 대립합니다. 판례는 정당행위로 보는 입장이었으나, 자궁적출사건에서 피해자의 승낙으로 보는 입장을 취한 사례가 있고, 최근에는 정신과 의사가 환자 진단목적으로 정신병원에 감금한 경우 감금죄의 고의나 감금 행위가 부정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안락사에 대한 정당행위 여부도 문제 됩니다. 안락사에 대한 위법성이 없어지려면 사기가 절박하고 현대의학상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여야 하며, 환자는 격렬한 육체적 고통으로 신음하여야 하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안락사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본인의 사망에 대한 진지한 부탁과 애원해야 하며, 환자에게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추정적 승낙이 있다고 판단되어야 합니다. 원칙적으로는 의사에 의해 안락사가 시행되어야 하며 그 방법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야 합니다. 변호사의 경우 변론하는 과정에서 명예훼손죄에 대한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없어질 수는 있지만 범인은닉이나 위증 증거인멸 교사행위는 사회상규에 반하므로 허용되지 않습니다.